제목 : ♡♥ 쥐들의 달걀 운반하기-- -- 5 편 등록일 : 2002-12-03    조회: 460
작성자 : bnm 첨부파일:
♡♥ 쥐들의 달걀 운반하기-- -- 5 편



(출처)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나울시 우화집 ] 중에서 -


(차례)
1. 쥐들의 꿩알 운반하기
2.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두 쥐
3. 낙타를 탄 여행자와 맨발의 벌거숭이 여행자
4. 신은 늘 우리 곁에
5. 황홀한 반란


한 땅굴에 모여 사는 들쥐 열 마리가 산숲으로 야유회를 갔습니다. 뒤에 따르는 쥐가 앞의 쥐의 꼬리를 물고, 마치 기차놀이를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줄로 줄지어서 갔습니다.
그들은 남편쥐 다섯 마리와 아내쥐 다섯 마리, 즉 다섯쌍의 부부쥐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쯤 가다가 산기슭의 풀숲 속에서 꿩알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다섯 개였습니다. 아직도 알이 따뜻한 것을 보니, 낳은 지 얼마 안되는 모양이었습니다.

들쥐들은, 그 싱싱한 꿩알들을 자신들이 사는 땅굴로 옮겨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동글동글하고 매끌매끌한 꿩알을 손쉽게 갖고 갈 방법이 없었습니다.
무슨 묘안이 없을까, 들쥐들은 내남없이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평소 영리하기로 소문난 웅돌이쥐가 ′이솝우화′를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 여러분, 이솝우화 속의 달걀을 훔쳐가는 쥐들처럼, 우리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꿩알을 운반해 갑시다. ]
모두 박수를 치며 찬성했습니다.

먼저 아내쥐들이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네 다리로 꿩알을 하나씩 품에 끌어안았습니다.
그러자 남편쥐들은 입으로, 아내쥐들의 꼬리를 물고 뒷걸음으로 기어갔습니다. 알을 품은 아내쥐들을 끌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뒷걸음으로 가기 때문에 걸음이 영 느렸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가다가는, 혹시라도 엄마아빠 꿩들에게 발견되기라도 하면, 혼이 날 것이 뻔했습니다.

그들 중에 가장 지혜로운 웅돌이쥐는 남들처럼 그렇게 아내쥐를 끌고 가면서도,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곰곰 궁리했습니다.

얼마 뒤, 웅돌이쥐는 아내쥐의 꼬리를 놓고 입을 뗐습니다.
[ 여러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제 얘기를 들으십시오. 여러분, 지금 즉시 남편쥐들은 아내쥐들의 꼬리를 놓으십시오. 그 대신 꿩알을 품은 아내쥐들이 남편쥐들의 꼬리를 꼭 물어 주십시오.
그러면 뒷걸음이 아닌 앞걸음으로 보다 빨리 기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웅돌이쥐의 그 말에 너나없이 옳소, 옳소 하며 소리쳤습니다.
그 덕분에 짧은 시간에 쥐굴까지 꿩알을 운반하게 된 들쥐들은, 웅돌이쥐에게 헹가래를 쳐주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2.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두 쥐

깊은 산속, 계곡 위에 막대기가 하나 걸쳐져 있었다.
쥐들이 건너다니는 외나무다리였는데, 엄지보다는 가늘고 검지보다는 굵은
막대기였다.

어느 날, 웅돌이쥐와 곳돌이쥐가 그 외나무다리 한가운데에서 딱 마주쳤다.
[ 비켜, 비켜달란 말이야. ]
곳돌이쥐가 그렇게 큰 소리로 선수를 쳤다. 그에 질세라 웅돌이쥐도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 못 비켜. 네가 비켜. ]

두 쥐는 눈알을 부라리며, 서로 비켜달라고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입이 점점
거칠어져, 금방이라도 육박전을 벌일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서로가 비켜 달라고 큰 소리를 치고는 있지만, 사실 외나무다리의
굵기가 너무 가늘기 때문에, 비켜설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난처한
노릇이었다.

불현듯, 웅돌이쥐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 곳돌이쥐야! 이 외나무다리 위에서 싸우다가는, 자칫 너도나도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게 돼. 내가 길을 양보할게. ]

그러고 나서, 웅돌이쥐는 외나무다리에 자신의 배를 딱 붙이고, 네 다리로
외나무다리를 끌어안았다. 두 앞발과 두 뒷발의 발바닥을 맞대고, 각각 깍지를
끼었다.
그런 뒤, 외나무다리에 거꾸로 매달렸다.

[ 곳돌이쥐야, 네가 먼저 건너가. ]
곳돌이쥐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 와아, 웅돌이쥐야, 너 참말로 머리가 좋구나. 아무튼 고마워. ]

곳돌이쥐가 먼저 건너가고 나자, 웅돌이쥐는 뒷발의 깍지는 그대로 두고,
거꾸로 매달린 그 상태에서, 앞발의 깍지만 풀어 그 외나무다리를 건너갔다.



3. 낙타를 탄 여행자와 맨발의 벌거숭이 여행자


봉씨는 낙타 등에 자신을 싣고, 사하라 사막에 들어섰습니다.
사막을 여행하던 도중에, 뜻밖으로 벌거벗은 채 맨발로 걸어가고 있는 한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봉씨를 잠시 바라보더니, 어떤 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재촉해 갔습니다.


나는야 아무 짐도 없어라.
맨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처럼, 그 때 그대로이어라.
그저 빈 손이고, 빈 몸이어라.
나는야 머리와 가슴만 가졌어라.
.............
머리는 채우면 채울수록 끝없이 가벼워지고
가슴은 채우면 채울수록 한없이 무거워지느니.
나는야 더 채워야 할 머리와
더 비워야 할 가슴 뿐이어라
그저 홀가분하고 홀가분하니 아무 걱정 없어라.
나는야 넉넉히 누리어 넉넉히 기쁘노라.


봉씨는 재빨리 다가가서, 그 벌거숭이 여행자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렇게 낙타도 타지 않고, 맨발로 사막을 건너 가다가는 고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여행을 중단하고 다시
돌아가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들은 체 만 체하고, 사막의 모래언덕 너머로
휑하니 사라져 갔습니다.
봉씨는 사막을 건너 건너, 마침내 어느 오아시스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봉씨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유인즉, 여행 중에 낙타가 통 말을 듣지 않아, 낙타에게 너무 시달려, 그
여독으로 인해 끝내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었습니다.

낙타, 그것이 봉씨의 발길을 대신했다기보다 차라리 참으로 무거운 짐이 되었던
것입니다.
며칠 후에, 뒤를 이어 그 오아시스에 도착한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봉씨의
주검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는야 내 두 다리에 나를 싣고 와도 살았는데
그대는 낙타의 네 다리에 그대를 싣고 와도 죽었구나.
나는 나에게 나를 짐지우고도 살았는데
그대는 낙타에게 그대를 짐지우고도 죽었구나-- -- .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구덩이를 파고 봉씨를 묻어준 뒤, 다시 그 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재촉해 갔습니다.
선뜻, 저 어디쯤 모래언덕 너머에서 낙타의 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짐작컨대, 이미 숨을 거둔 그 여행자의 낙타일 것이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두
사람의 거친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발길을 옮겨가 보니, 낯선 두 여행자가 심하게 다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인
잃은 그 낙타를 서로 차지하려고, 사이좋게 동행해온 두 여행자가 어느 새 적이
되어 싸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틈을 타서, 낙타는 저 멀리로 도망치듯 헉헉 달려갔습니다.
[자에 모자라면 치에 넉넉하고, 치에 모자라면 푼에 넉넉한 것이
인생사이어늘......]
그렇게 혼잣소리로 말하고,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다시 어떤 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옮겨 갔습니다.

이승은,
우리의 영혼이
전생에서 저승으로 이사가는 길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그 길가에 있는 휴게소이어라. 그 휴게소에서,

세포로 지은 참 따뜻한 방 한칸 얻어서
그 속에 들어가 쉬었다가 가는 것이어라.
더우기 그 방이 무료이니
깨끗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일이어라.

그 방의 내벽에 걸린 혀는
고마워하고 칭송하는 데만 쓰고,
외벽에 걸린 손은
쓰다듬고 악수하는 데만 쓸 일이어라.

그러다가 때가 되면
그 방을 되돌려주고,
다시 저승으로 이사가는
그 길에 오를 일이어라.



4. 신(神)을 믿으면 신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


함박눈이 하얗게 쌓인 순백의 눈길을, 어느 유신론자가 발자국을 찍으며 홀로
걷고 있었다.
한동안 앞만 보고 걷다가, 그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놀랍게도, 자신의 발자국 옆에 다른 한 사람의 발자국이 바로 옆에까지 나란히
찍혀 있는 것이었다.
자신과 함께 다른 한 사람이 나란히 눈길을 걸어온 것처럼.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주위에 어느 누구도 없었다.

선뜻, 그는 온 몸 온 마음으로 어떤 무형무색의 형체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을
느꼈다. 소리 없는 소리가 흘러나와 귓속으로 밀려왔다.

[그대여, 나는 신(神)일세. 이 발자국은 나의 것일세.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신이 없지만, 신을 믿는 사람에게는 신이 있고,
신은 늘 그와 함께 동행하며 그를 지켜준다네.
그대가 신을 믿기 때문에, 내가 그대와 동행하며 그대를 지켜주었듯이.]



5. 황홀한 반란


- 플라톤의 [에로스의 기원]을 부정하며 -


어느 바닷가의 하얀 백사장에, 저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이 홀로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습니다.
갑자기 저만치의 해수면에 물결이 일더니, 사랑의 여신 사보아르미가 불쑥
솟아올라, 모래밭으로 걸어나왔습니다.

플라톤은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곡선미에 홀려 혼을 빼앗긴
것이었습니다. 사보아르미 여신은 그에게 바짝 다가와, 그 앞에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플라톤 님, 나는 사랑의 여신 사보아르미입니다. 난 당신이 주창하는 에로스의
기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플라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습니다.
[난데없이-- -- 굳이 알고 싶다면 말해 드리겠소이다.
아득한 태고 적에 신이 인간을 만들 때, 남녀를 따로따로 만들지 않고, 음양을
두루 갖춘 한 사람으로 만들었지요. 그 이후 사람들이 홀로 사니 외롭기도 하고
또 심심하기도 하다고 신께 소청을 했지요.
신은 곧 그 청을 받아들여, 인간을 두 쪽으로 갈라 남녀를 따로따로
떼어놓았소이다.

그래서, 인간은 남자든 여자든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과 결합하고 싶은 무한한
욕망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지요.
다행히 제 짝을 찾아 결합하면 그 만남은 행복을 누리고, 제 짝이 아닌 다른
반쪽과 결합하면 그 만남은 불행을 초래하게 되지요.]

그 소리를 듣고, 사보아르미 여신은 까르르까르르 웃었습니다.
[듣고 보니 일견 그럴듯하군요. 그러나 그럴듯하기만 할 뿐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 남자가 끝없이 여자를 그리워하고, 왜 여자가 끝없이 남자를 그리워하느냐.
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하늘의 주신(主神) 꼬레아시나신께서 맨처음 인간을 창조할 때, 진흙으로
남자와 여자의 형상을 빚은 뒤,
뜨거운 불의 기(氣)를 모아 남자형상에 넣고, 차가운 물의 기(氣)를 모아
여자형상에 넣었습니다.
다시 말해, 남자는 뜨거운 불의 집합체이고, 여자는 차가운 물의 집합체인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끝없이 여자를 그리워하고,
여자는 그 차가운 냉기를 데우기 위해 끝없이 남자를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하고, 사보아르미 여신은 다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참고]
위의 우화를 퍼다나르거나, 인용해서 쓸 경우에는 반드시 상단에 명기한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

목록
   덧글 : 0 (다시읽기)